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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기 전 끄적거리는 곳

나를 죽였다. 도플갱어 [영상툰 제작예정 입니다.]


언제부터 였을까?

언제부터인지 나 아닌 나한테 쫓겨 다니고 있다.

난 그것을 모른체한다.

가끔 그것은 내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몇 년 전)

이건 내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야.

사실 나는 왕따였어.

고등학교 시절에 있는 흔히 잘나가는 애들이

내가 여자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그냥 때리는 정도였어.

그 정도는 버틸만했지.

그걸로는 만족을 못 했는지

애들이 더욱 악질로 변하기 시작했어.

흔히 있는 책상에 낙서는 물론이고,

빵을 사다 주고 돈을 모두 뺏기는 건 기본이었으며,

몇 센티만큼 자해를 하면 죽지 않을 거라는

협박편지와 함께 커터 칼을 주기도 했어.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텼어.

왜냐하면 몇 년 뒤에는 저들을 보지 않을 수 있으니깐.

매일 밤 울면서 하루하루를 지냈어.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어.

그날은 부모님이 참석하는 날이었어.

나를 괴롭히는 김일진(가명)이 나를 향해 이상한 것을 요구했어.

"야, 바지 벗어. 그리고 나는 쓰레기입니다. 삼창하는 거야? 알겠어?" 

"내가 그만 하라 할 때까지 외쳐."

평소 같지 않았어.

왠지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자,

"너 내 말 지금 무시하냐?" (삐처리)

"아, 미... 미안해 알겠어."

그렇게 내 손은 바지 쪽을 향하자,

"얘 진짜 벗으려나 봐. 노출증인가? 아 돌겠네."

"그만해!"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어.

엄마였어.

아, 오늘 학부모 방문하는 날이구나.

그래서 일부로 일진이가 이런 걸 시켰구나.

"아..."

그 뒤로 나는 학교를 가지 않았어.

방에서 나올 수 없었어.

그 이후 괴물이 탄생했거든.

나랑 똑같이 생긴 괴물이...

엄마는 내가 상처를 받아서 방에서 나오지 않는 줄 아나 봐.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  

'꿈일 거야. 이럴 순 없어.' 

'만약 꿈이 아니라면?'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죽는다고 했는데?'

'이건 분명 내 환상에 불과해. 진정하자.'

"그.... 자를.... 죽이자..."

'뭐? 누구를? 아니 근데 말을 하잖아?' 

'안 보이는 척. 그래 안 보이는 척하자.'

"...싫어?"

'뭐라는 거야? 나랑 똑같이 생겨서 정이 더 안가네.'

"내가 ... 그럼... 죽이고 올게. 그럼 되지?"

"그래. 그러던지."

처음으로 그것한테 답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것은 갑자기 칼을 가지고 나가더라.

내 환상 주제에 엄청 대담해. 나랑 다르게.

그날 저녁 나를 괴롭히던 김일진(가명)이

죽는 모습이 꿈에 나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펼쳐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김일진의 SNS를 들어갔는데,

모두가 그를 향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난 내 환상이라 믿었던 저것이 

환상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왠지 모를 죄책감과 두려움이 커져버렸다.

그 순간 그것이 돌아왔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나? 나는 너야."

그것의 정체는 도플갱어였다.

"나는 앞으로 너를 아니지..."

"나를 괴롭혔던 그 아이들을 차례차례 죽일 거야."

"그러니까 넌 맘 놓고 가만히 지켜봐."

"그게 무슨 소리야! 당장 그만둬."

"찐따 주제에.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면서."

"넌 나만 지켜봐. 나 나간다."

그렇게 그것이 나갔고,

난 그것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인터넷으로만 검색할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것이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고, 

다섯 명이 죽었다.

근데 오늘은 그것의 말과 다르게

날 괴롭혔던 아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죽었다.

막아야 한다. 또 다른 나를.

나의 도플갱어를.

도플갱어는 흔히 한 쪽을 죽인다는데,

저쪽은 나를 죽이려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그래 내가 먼저 선수 치는 거야. 어차피 쟤는 없던 존재니까.'

'괜찮아! 난 그래도 되는걸, 쟤는 나잖아. 맞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들바들 거리는 손으로 

그가 자고 있을 때,

그를 찔렀다.

그런데 그것이 웃었다.

웃으며 말을 건넨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거야? 그렇지! 나를 찔러 죽여야지!"

"아 웃겨. 흔히들 착각하는데 다들 잘못 알고 있어."

"뭘 말이야? 무슨 말이냐고!"

"자 이제 알려줄까? 세 가지의 비밀을?"

"첫 번째 나는 네가 맞아."

"환각이라고 하면 그것 또한 맞아."

"이 공간에서는 사실 도플갱어도 맞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정말 눈치가 없구나? 두 번째 사실 우리의 몸은 한 개지."

"사실 네가 나올 수 없는 이 방. 이곳은 너의 내면의 방이야."

"그리고 세 번째 우리는 서로 공격을 할 수 없어."

"그게 유일한 룰이야."

"사실 도플갱어는 먼저 공격한 쪽이 죽는 것이거든."

"너 같은 겁쟁이가 나를 죽일 생각이 들게 될 정도면 뭐가 있을까?"

"고민 중 완벽한 방법이 떠올랐던 거야."

"가해자 아닌 다른 존재를 죽이자. 그럼 너는 나를 죽이려 들 테니까."

"이제 이해가 됐어?"

"넌 나를 찌른 지금 이 순간 여기 방에서 영원히 잠들 거야."

그렇게 도플갱어의 말이 흐려지며 눈이 감겼다.

"내가 나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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